2일 - 자취령 선포

초, 중, 고 심지어 대학교까지 인천에서 다녔다. 덕분에 자취의 'ㅈ'도 모른다. 항상 배부르게 먹고 편하게 학교 다녔다. 힘들게 학교 다니는 친구들의 고충은 모른다. 그런 내가 서울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12월에 일을 시작해서 짧게 3개월 일하고 끝날줄 알았는데 2년은 더 다니게 될 것 같다. 나에게 평생 직장이란 없다. 그렇게 3개월을 다니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넉넉잡고 편도 2시간거리를 다니는 건 너무 힘들다.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아깝다. 대표님의 배려로 10시 출근이 허락되었지만 그래도 8시 전에는 나와야 하고 그럼 7시쯤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흠... 시간적으로 여유가 너무 없었다. 출퇴근 시간이 긴 직장인 들을 위해 '출퇴근 시간에 하면 좋은 공부'등등 이 있지만 어지간한 의지력으로는 하기 힘들었다. 그냥 출퇴근 시간을 줄이자!

평소에 나만의 공간을 갈망했다. 그래서 학교가 집 앞인데도 계절학기를 들을 때 굳이 기숙사에 들어갔다. 성격도 유별나서 2인실로 썼다. 잘 때 예민해서 코고는 사람을 싫어한다. 첫 출가의 기억이 나쁘지 않았다. 풍족한 생활을 못할 것이라는건 예상했다. 기숙사 한 달의 시간을 잘 버티고 나중엔 기숙사 같은 내 방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시탐탐 독립 할 생각을 했다. 내가 독립하려는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1. 어른이 되기 위해

어릴 적에는 나이만 먹으면 다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게 아니란건 다들 잘 알 것이다. 나는 의존적인 성향이 너무 강한 것 같다. 때로는 외로움도 정면으로 느끼고 그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직업을 갖고, 돈을 벌어서, 나이가 먹고, 결혼을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독립을 해서 내가 누군지를 알아야 어른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2. 환경 설정을 위해

목표 달성을 위해서 우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내 목표는 2년안에 연봉 5000을 받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혹은 머신러닝 개발자가 되는 것이다. 실현 가능하지 않은 목표인가? ㅠ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의 상황으로는 힘들다. 일 끝나고 운동은 커녕 공부도 못하고 자기개발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목표를 이룰 수 있겠는가 내가 구한 방은 회사에서 40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일 끝나고 오면 8시가 안된다. 평소에는 9시 다 되는 시간에 왔는데 엄청난 이득이다. 자취 시작하면 트레이닝 신청하고 운동 이외에는 최대한 공부하는 쪽으로 해야겠다. 데스크탑도 없으니 게임도 안하고 밥먹고 혼자 조용히 공부하고 책읽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자취 시작하고 한달 뒤에 이 글을 보면 흑역사 일지 궁금하네...

3.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

나는 여태껏 인천에서만 살았다. 시야가 넓어진 계기는 군생활이다. 대학교 1학년 마치고 군대를 갔는데 각양각지에서 온 동기들 덕분에 시야가 넓어졌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도 있고 다양한 직업,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군 생활 동안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인생을 살았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했다. 그리고 취업준비하면서 다시한번 느꼈다. 무슨 스터디만 하려고 하면 홍대, 강남에서만 한다 서러워서 인천 살겠나 이거...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이유로 자취를 원했고, 자취를 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던 것을 이뤄서 너무 좋다. 사람은 자신감으로 사는데 맞는 것 같다. 평소와 다를게 없는데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고 거기에서 자신감이 나온다.

좋은 동료를 만나서 좋은 곳에서 일하게 되었고 좋은 대표님을 만나서 첫 사회생활을 좋게 시작했다. 좋은 부동산 실장님 덕에 방도 싸게 구하고 첫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변에 좋은 사람만 있어서 좋다. 1년 계약을 마칠때 쯤엔 모두를 놀라게 할 만큼 성장하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드디어 첫 자취라이프가 시작이다.